길가에 바늘.
rubber.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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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5. 16:35 카테고리 없음

드디어 발매되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2월 21일, 본국 영국에서는 2월 28일, 미국/캐나다에는 3월 1일. 한국에도 며칠전인 3월 3일 정식으로 음원이 발매되었다. '2011년 필청해야될 앨범 1위' 등의 꽤나 진부한 수식어를 달고, Beady Eye의 데뷔 앨범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나왔다. 일본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앨범을 구대하려다가 높은 가격+아이튠즈 LP의 부재로 잠시 기다리다가, 미국에서 15곡에 LP까지 포함된 버젼이 무려 7.9 달러에 나오자마자 구입, 도큐먼트 필름까지 포함되어서 개인적으론 꽤나 만족스럽다. 자, 그럼 이제 앨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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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기어를 넣고, 전속력을 위한 가속도의 시작

싱글 <The Roller>에서 이미 느낀 것이지만, 이들은 분명 '노엘'의 Oasis와는 다르다. 오아시스의 음악이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켜 클라이막스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웅장하고 감동적인, (다른말로는 다소 과장된 감정전달의) 장면의 연출에 그 '특기'를 두고 있다면, 비디 아이는 좀 다르다. 물론 어쩔수 없는 동일 태생의 영향권(비틀즈라던가, 스톤즈 같은)에 놓여 있어서 완전히 다른 음악을 할 수는 없지만, 유려한 멜로디와 기타 노이즈+현악 편곡으로 멜로디를 극대화하는 오아시스와는 달리, 보다 심플하고, 보다 찰진 연주, 그리고 (적어도 오아시스보다는) 충분히 다변화된 스타일, 마지막으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적인 목소리의 리암의 태도는 비디 아이를 오아시스와 다른 밴드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이 앨범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두가지의 특징은, 바로 '송라이팅'과 '목소리'이다. 그동안 노엘이라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는 멜로디 메이커에 가려져 있던 오아시스 멤버들의 송라이팅 실력이 이제는 충분히 빛을 발하고 있다.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겜 아쳐와 앤디 벨은 이 앨범을 통틀어 리암과 함께 거의 모든 곡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오래되었지만 좋은 음악들(특히 락엔롤)을 21세기에 재현'하는 탁월한 능력을 확인 할 수 있다. 단단하게 사운드를 구성하는 법과 심플한 멜로디로 최대의 효과를 줄수 있는 악곡의 전개는 여느 밴드의 기타/베이스 담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찰진 사운드를 듣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두번째, 우리를 놀라게 하는 사실은 리암의 목소리이다. 사실 리암은 오아시스 시절부터 독특한 음색과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유명했고, (전에도 말했지만) 오아시스를 유명하게 해준 30%의 공은 리암의 목소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리암의 목소리는 엄밀히 말해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에 지나지 않았다. 기타/베이스/드럼과 같이 밴드의 1/4을 담당하는 질 좋은 악기였다. 하지만, 비디 아이의 리암은 분명히 달랐다. 싱글 <The Roller>에서도 그랬지만, 충분히 자신감에 차 있으며, 멜로디 그 자체를 넘어서 매력적인 무언가를 표현해주고 있었다. 앨범 전체에서도 다양한 빠르기와 리듬의 곡들 속에서 멜로디를 연주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밴드 전체를 리드하며 하나하나의 곡이 가진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결과물은 이렇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10점 만점에) 8점짜리 앨범. 물론 그들이 말한 전혀 다른 기어(Gear)는 아직 가속도 중이다. 하지만 데뷔 앨범으로는 합격점이다. 누구도 의심치 않았던 <오아시스 - 노엘 = 비디 아이>의 공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 노엘과는 엄연히 다른 "선대의 전설들에 대한 접근 방식", 그리고 "리암의 살아 숨쉬는 목소리"에 아직까지는 "팀워크 좋고, 균형이 유지되는 밴드". 오아시스의 장점을 포함하여 음악적인 다변화를 추구한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은 그걸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전 우연히 아이튠즈 미국 스토어의 앨범 평을 읽어봤다. 다른 앨범들(아이돌이나 팝)에 대한 평이 서너줄에 그치는 것에 반해,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에는 유독 A4 한페이지도 넘는 장문의 리뷰들이 많았다. 여전히 평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은 좋다"와 "노엘이 없으니, 오아시스만 못하다". 나도 노엘을 기다리는 많은 팬들의 절절한(?) 심정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2000)까지 노엘의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좀.;) 하지만 난 이 앨범을 기대하면서, 혹은 들으면서 오아시스를 기대하진 않았다. 노엘을 제외했을때 당연히 밴드에서는 그의 부재가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그 부재를 뛰어 남느냐는 거다. 이만큼의 노래들, 그리고 앨범 전체를 흐르는 일관적인 감각마저도 욕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냥 이어폰을 빼고, 언젠가는 발매될 노엘의 앨범을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더이상 노엘에게서도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1995)와 같은 앨범은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엔) 영광스럽고도 위대한 락엔롤의 시대는 이미 그때 지나갔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 이 앨범은 다른 의미에서 오아이스의 데뷔 앨범인 <Definitely Maybe>(1994)만큼의 만족을 주었다. 차분하게 완성되어 가는 스타일, 그리고 얄미운(?) 천재를 제외하고도 이처럼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은, 사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매우 통쾌하고 기쁜일이다. 과장된 윰직임없이 담백하고 단단하게 락엔롤을 노래하는 이 앨범은 분명히 잘 만들어졌다. 차분하게 기어를 넣고 전속력의 질주를 위해 가속도를 더하는 모습. 이제 더이상 비디 아이의 앨범 리뷰에 노엘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이들의 다음 앨범이 모두가 바랬던 그 전속력의 질주를 보여준다면 말이다.

덧. 본문에선 말안했지만, '감동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곡들이 있다. <The Roller>와 <The Beat goes on>의 후렴구에선 왜이리 울컥하는지, 나이는 역시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posted by rubber.soul
2011. 1. 30. 23:15 카테고리 없음


오아시스(Oasis)는 90년대 영국 밴드 음악씬의 아이콘이다. 블러가 아무리 명민하고, 플라시보가 아무리 뇌쇄적이고, 심지어 라디오 헤드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고 할 지라도, <90년대 브릿팝=오아시스>의 공식은 리스너에게 매우 암묵적으로, 게다가 무의식적으로 새겨진 각인이다. 마치 가장 좋아하는 팝송은? 이라는 질문에 대해 즉각적으로 비틀즈의 <Let it be>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90년대를 살아온 밴드 키즈들에게 오아시스는 특별하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 정도가 더 하다. 심지어 전성기를 훨씬 지나고, 이제는 형제간의 초딩스러운 다툼으로 해제까지한 그들이지만, 양국에서는 여전히 갤러거 형제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물론 영미권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다른 뮤지션에 비해 훨씬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아시스의 거의 대부분의 곡들 쓴 문제아 형제의 형인 노엘 갤러거에 대한 숭배는 매우 무조건적이다. 얼마전 모 사이트에서 했던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부분에서 많은 전설들을 제치고 2위를 기록, 여전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엘 갤러거. 인기 없던 동생 리암의 밴드에 가세해 밴드를 세계적으로 만들었다. 오아시스라는 밴드에서 리암의 목소리가 30%라면 나머지 70%는 노엘의 송라이팅이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성격이나 인간성을 따지지 않는다면) 노엘은 충분히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가졌던 거의 모든 것을 가진 몇 안되는 송라이터다. 유려한 멜로디 라인을 뽑아 낼 줄 아는 송라이터. 천재라는 단어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뮤지션으로서 천재적이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대중성이다. 누구라도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 노엘은 그런 의미에서 천재다. 사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동생 리암은 '노래 조금 하는' 미운 오리 새끼였을지도 모른다. 형에게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동생.

하지만, 이제 더이상 천재는 없다. 리암과 나머지 멤버들(앤디 벨, 겜 아처, 크리스 셰록)은 이제 오아시스가 아니라, 'Beady Eye' 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자신감에 넘쳤다. '우린 오아시스를 뛰어 넘을 것이다"라고 장담하던 리암은 첫 싱글 <Bring The Light>을 무료로 공개한다. 노래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오아시스보다 더 과거의 록큰롤을 들고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이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그리고 하나더, 오아시스를 뛰어 넘긴 힘들겠다는 것이 청자의 전반적인 의견이었다. 썩 괜찮은 노래였지만, 사람들에겐 <오아이스 - 노엘 = 비디 아이>라는 공식을 더 확신시켜주었다. 더이상 천재는 없다. 그리고 반전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데뷔 앨범의 제목으로 정한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 라는 말처럼, 비디 아이는 오아시스와 같은 차원의 그룹이 아니다. 누가 더 고차원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동일선상에서 우열을 판별하기에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잘난 누군가가 혼자 만든 노래보다, 나랑 비슷한 네명이 만든 노래가 더 듣기 좋다"고. 청자가 바라는 것은 천재 자체가 아니다. 청자는 천재가 만든 유려한 노래를 바란다. 하지만, 그 유려한 노래가 굳이 천재의 머리속에서 나오지 않아도 청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노래 자체이지, 천재의 유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The Roller>가 발매되었다. 프론트맨 리암의 작곡도 아닌, 기타리스트  겜 아처의 곡이다. 하지만 노래는 적절한 빠르기와 꽤 괜찮은 중독성, 그리고 안정적인 역할 분배를 보여주고 있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곡이 나온것이다. 연주에선 흥겨움이 느껴지고, 결정적으로 리암의 목소리에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감이 느껴진다. 자신에 대한 확신, 그리고 팀메이트들에 대한 확신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리암아, 넌 혼자 안돼, 얼른 노엘이랑 다시 합쳐." 혹은 "여전히 오아시스만 못하네" 등등. 그들에게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당신은 지금까지 오아시스의 노래를 들었던 것인가, 노엘이라는 천재를 들었던 것인가. 그리고 지금 당신이 듣는 것은, 미운 오리새끼 같은 외톨이 리암의 노래인가, 아니면  'Beady Eye'라는 온전한 밴드의 음악인가. 

결국, 좋은 노래는 오래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Beady Eye'의 <The Roller>는 첫단추로써 매우 만족스럽다. 이상하게 후렴구를 듣고 있으면 눈물이라도 날 것처럼 울컥한다. 천재를 잃은 (혹은 버린) 남은 이들의 노력이 느껴진다. '그래, 없어도 잘하잖아', 라면서 격려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칭찬까지 곁들여서 말이지.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