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바늘.
rubber.soul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total
  • today
  • yesterday
2016. 4. 19. 20:37 카테고리 없음



너와 나의 사랑은 모두 소중하다


흔히 말했다. ‘8극장은 뮤지컬 같은 음악을 들려준다고. 나는 오히려 연극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 뮤지컬적인이란 수식어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서사성 강한 가사, 전달력 좋은 보컬의 목소리, 통통 튀는 멜로디와 흥겨운 무대, 그리고 한편의 예술작품으로서 충분히 완성도 높은 한 장, 한 장의 스튜디오 앨범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수식어는 그들의 음악을 폄하하는 단어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많은 뮤지션들이 싱글 단위의 음악 생산 속에서 이슈 몰이와 빠른 반응에 집착하고 있는 요즘, 굉장한 칭찬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내 입장에서는 큰 칭찬을 해주고 싶은 미덕이라는 말이다.


밴드는 <나는 앵무새 파리넬리다!>(2011)로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것이 소설 <보물섬>이든, 만화책 <원피스>든 그 시절 우리가 꿈꾸었던 환상적인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좋은 기억은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콘셉트로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된 그 첫 앨범 속에서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양화대교>(2013)는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동화 같은 저 바다를 노래하던 이들이 2년만에 현실 세계로 내려온다. 그들은 <9번 출구> <양화대교>라는 일상적인 노랫말로 어른이 되어 인생을 노래한다. 언젠가 이 앨범의 후반부 6~10번 트랙이 비틀즈의 <Abbey Road> 후반부 <Golden Slumber> 메들리를 생각나게 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그만큼 좋았지만, 한편으로 내 어린 시절의 꿈이 갑자기 불쑥 어른이 되어 각박한 현실세계에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밴드 멤버들이 공연 때마다 대박이라고 팬들을 세뇌시키던 새 스튜디오 앨범 <언제나 나는 너를 생각해>(2016)는 환상과 인생을 넘어 사랑을 노래하는 밴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제의식은 여전히 뚜렷하다. 밴드는 일관된 태도로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노래라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사랑에 관한 노래이다. 로큰롤을 바탕으로 로커빌리, 컨트리, 사이키델릭, 선샤인팝 등 장르적인 확장이 가장 눈에 띈다. 사운드의 깊이라는 말을 종종 쓰게 되는데, 그러한 부분에서도 분명히 앞선 두 앨범보다 진일보했다. 밝고, 명랑하지만 몇몇 트랙에서는 애절한 발라드보다 더 애잔한 느낌을 준다. 아마 메이저 코드로 먹먹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분야에서 제8극장을 따라갈 밴드는 많이 없을 듯하다.


그래 사랑이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사랑, 사랑, 사랑을 이야기할 줄은 사실 몰랐다. 앨범의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이들은 말한다. 사랑에는 남녀노소가 없고, 국경도 없고, 인종도 없다. 그냥, 사랑에는 아무런 걸림돌도 거리낌도 없어야 한다. ‘나는 니가 좋다는 말이 12개의 트랙을 넘나들면서 백 번도 넘게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사실 연주도 훌륭하고, 녹음과 믹싱도 좋고, 앨범의 밸런스도 멋지지만, 그냥 이 앨범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앨범이 <양화대교>(2013)보다 먼저 나왔다면 오히려 환상, 사랑, 그리고 인생으로 이어지는 연작으로서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니, 그냥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앨범의 순서와 상관없이 처음이든 끝이든 ‘나와 너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사랑은 소중하다’, 밴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사실 나는 제8극장의 라이브도 종종 가는 편이고, 8극장 본인들 역시 라이브가 재미있는 밴드라고 자신들을 소개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음반의 완성도가 그들의 장기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라이브도 좋지만, 이렇게 정제된 사운드를 음반으로 몇 번이고 듣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http://music.bugs.co.kr/album/20031312?wl_ref=list_ab_01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