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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4. 20:48 카테고리 없음

<선정의 변> 10월 1주, 이주의 발견 : 국내 - G-드래곤 [One of a Kind]

사실 처음에는 G-드래곤의 새 앨범이 이주의 발견에 선정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후보작들의 리스트를 보고 나서 꽤나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독보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후보작들과 일정 수준의 차이를 보이며 이주의 가장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전작부터 이어져 오던 G-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 특히 선택과 집중, 그리고 균형감을 생각한 앨범의 구성은 그가 여전히 뮤지션과 엔터테이너 사이에서 자신의 입장을 잘 조율하면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자신감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 그리고 영민함이 더해져 리스너로부터, 그리고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민첩하게 행동한 G-드래곤, 그 판단력과 행동력이 이주의 발견에 선정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영민함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처음부터 빅뱅에게 참신하다거나 트렌디하다는 수식어가 붙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그들은 'One of Them'의 남성 5인조 아이돌 그룹으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몇 곡의 메가 히트와 솔로/유닛 활동의 호평, 그리고 그것을 잘 포장하고 효과적으로 리스너들을 포섭한 YG의 기획력이 더해져 어느새 빅뱅이라는 이름은 쏟아지는 남성 아이돌 그룹들과는 약간 다른 포지션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그룹의 리더인 G-드래곤(이하 GD)라는 것은 빅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절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똑똑하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도움의 최대치, 그리고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차원을 넘어서 감각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트렌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일종의 영민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솔로 앨범에서도, 유닛 앨범에서도,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 영민함은 변치 않고 앨범의 핵심에 자리한다.

사실, 이번 앨범은 2009년에 발매된 그의 첫 앨범인 [1집 Heartbreaker]와 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 어리지만 넘치는 자신감,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게다가 트렌드와 대중적 선호도를 고려한 곡의 선정까지 지난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균형감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또한, 팝 음악으로서의 좋은 점을 남기면서 다양한 요소들을 취사선택하여 적절한 부분에 배치시키는 방식을 통해 '대중적인 팝' 음악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것도 그러하다. 하지만 3년의 시간 동안 그는 빅뱅으로서, 그리고 몇 가지의 유닛 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자신의 생각을 쌓아왔고, 한국의 메이저 음악씬 역시 3년 전과는 달라졌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그가 느끼고 있었던 GD로서의 자존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채워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하지만 결코 균형감을 잃지 않겠다는 고집이 앨범의 전체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다.



솔직히 앨범보다 일찍 공개되었던 'One Of A Kind'의 뮤직 비디오를 먼저 접했을 때, '과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기 과시와 상상 이상으로 화면을 채우는 화려한 이미지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번 앨범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 싶은 자존감과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여 그가 가지고 있던 좋은 점 중 하나인 대중 가수로서의 균형감이 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록곡이 전부 공개되고, '그XX'와 '크레용 (Crayon)'의 영상을 함께 접하면서 그러한 우려는 일정 부분 사라졌다. 총 7곡의 단출한 구성 속에서도 GD는 균형을 유지하는 영민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전작에 비해 선이 굵어지고, 시도된 장르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 이루어졌다. 힙합을 대하는 그의 태도 역시 조금 더 진중한 자세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지금의 GD, 그리고 빅뱅을 있게 해준 일렉트로닉적인 부분과의 조화도 전작보다 세밀하게 배치되었다. 그런가 하면 미디엄 템포의 멜로딕한 곡들은 더욱 감성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컬 역시 전매특허의 GD표 래핑에서 벗어나 곡에 어울리는 어투를 표현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Missing You (Feat. 김윤아 of 자우림)'나 'Today (Feat. 김종완 of Nell)'처럼 밴드적인 화법, 그리고 최적의 피처링 상대를 찾아내어 완성도 높은 장르적인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이나 힙합 뮤지션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파트를 배분하여 보편적인 힙합 트랙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불 붙여봐라 (Feat. Tablo, DOK2)' 등,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균형감을 지키면서도 각각의 장르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빅뱅의 리더이자, 솔로 뮤지션인 GD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뮤지션이면서 엔터테이너, 그리고 래퍼이면서 싱어, 송라이터이면서 퍼포머로서 다중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그가 독보적이진 않지만 트렌드세터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대중음악으로써 듣기 좋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멜로디와 리듬, 힙합과 일렉트로닉, 트렌트와 레트로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그동안 빅뱅을 통해 해왔던 시도들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 자신이 가장 돋보이는 음악을 가지고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영민하다.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엔터테이너로서도 영민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 중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관습적인 것들 중에 식상한 것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센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하는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그는 어찌 되었든 뮤지션과 엔터테이너 사이에서 자신을 잘 조율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민첩하게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있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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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잘 하는 건 잘하는거다. 그리고 똑똑하고 센스있는 것도 맞고. 특별히 팬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앨범은 진심으로 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도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열고 들어보면, 인디라던가, 마이너라던가, 작품성이라는 단어에 휘둘리며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좋은 앨범임에 틀림없다.

이 글의 원문은 http://bit.ly/VkOdvh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