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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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4. 15:16 카테고리 없음

<선정의 변> 6월 2주, 이주의 발견 : 국내 -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 [1집 TIMES]

앨범의 점수를 매기고, 리뷰를 작성하는 이들 역시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래서 항상 100%의 객관적인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 그래도 가끔은 취향이라는 개개인의 절대적인 기준과 상관없이 좋은 앨범들이 있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첫 정규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취향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앨범이다. 뚜렷한 정체성과 훌륭한 연주는 물론, 사운드와 메시지의 측면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하지만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꽉 찬 앨범이다. 그리고 또한 시간이 지나도 다른 누군가의 음악에 의해 대체되지 않은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실력과 정체성, 그리고 보편적인 감성을 얕은 타협 없이 풀어놓은 이 앨범. 이주의 발견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


<네티즌 리뷰> 얕은 타협 없이 마법처럼 녹아든 보편적 감성의 포인트들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와 처음 대면하면 생각나는 일반적인 단어는 어두운 것일 확률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전 발매된 첫 EP에서 그들은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분노의 감정을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대화된 형태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밴드 음악에서 문제시되는 '연주력'이나 '정체성' 같은 단어는 그들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탄탄한 리듬 파트에 멜로딕한 기타, 그리고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보컬의 목소리는 그들의 실력과 자존감을 입증해주었다. 하지만 이들이 그리는 어두운 세상의 단면은 자연스레 '대중성' 혹은 '보편적'이라는 단어와는 무관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상을 받고, 콘서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어도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떠오르는 실력파 밴드였다.

그들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바꾸어 놓은 것은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밴드'만이 출연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수많은 밴드 중에서도 그들은 남달랐다. 과연 여기가 그들이 있어야 할 장소가 맞는가 할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전문가에 가까웠다. '심사위원석에서 감히 그들을 평가해도 되는가', 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단순히 심기 불편한 음지의 어둠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첫 EP의 사운드는 사실 끈적이고 끈질기면서도 끈덕지다. 접착력 강한 무언가처럼 귓가에 끈적이는 그들만의 흔적은 남기고, 쉽사리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쉴새 없이 그 강한 기운을 풀어놓는다.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 꼭 필요한 느낌이고 누군가는 온전히 그것을 전해주어야 하는 느낌이다. 그들의 노래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꿈같은 희망이 아니라 어두운 현실. 하지만 그들은 그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선과 그것을 전해줄 수 있는 실력과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진실을 원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향해 그들은 노래했다.



거대한 부조리를 향해 크게 외치던 그들은 이제 첫 번째 정규 앨범 [1집 TIMES]를 통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진흙탕 같은 현실 속에서 노래하던 그들은 어느새 그 어두운 부분에서 뛰어올라 높은 곳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듀서와의 궁합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좀 더 나아진 그들의 현실 때문이었을까, 여유와 유연함마저 느껴진다. 멜로디 라인은 더욱 유려해져서 귀에 착착 감긴다. 그리고 각 파트는 비율 좋게 역할이 분담되어 청자에게 전달된다.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청자의 귀와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수록곡 간의 뛰어난 완급 조절과 감정의 조절, 그와 함께 변함없이 강렬하면서도 확실하게 들려오는 가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의 힘은 이들이 지난 EP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더 많은 노력을 앨범에 담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밴드의 말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수단이 되었다.



대중성은 때로는 아티스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보장하고, 그 관심 속에서 아티스트가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들의 첫 앨범은 분명 취향의 차이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 보편적인 매력이 그저 그런 타협과 얼버무림 속에서 나왔다면 조만간 잊혀질 무언가가 되겠지만, 이들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 얕은 꾀를 부리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은 전하려는 진심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것을 취한 것이다. 더욱 깊어진 주제 의식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선보이고, 하나하나의 시도에 최선의 양념을 곁들인다. 보컬의 외침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절제와 폭발의 순간을 시기 적절하게 잡아내고 있다.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아주 세련된 타이밍에 힘을 빼고 감정을 전해준다. 연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력을 뽐내기 보다는 그 순간 가장 필요한 최적의 요소들을 영민하게 배치시켰다. 모든 것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밴드의 이름을 알리고, 그 이름에 걸 맞는 매력적인 음악을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것. 실력 좋은 밴드들이 가끔 범하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걸작'이 아니라 이들처럼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목소리를 더욱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야 말로 정말 멋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짝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첫 앨범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사람에 따라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 앨범은 훌륭하다. 여전히 그들이 보는 이 세상은 어둡고,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불평과 불만이 아니라 이제 변화의 가능성을 노래한다. 그 희망이 담긴 의지를 노래한다. 우연히 잡은 이 호시절(好時節)을 더욱 좋은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래한다. 하지만 세상에 우연은 없다. 우연도 실력이다. 그리고 우연이 계속되면 그것은 필연이다. 그들의 호시절(好時節)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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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취향이 있고, 그 취향 덕에 여러 종류의 음악들이 사랑을 받는다. 게이트플라워즈는 분명, 내가 가진 음악적 기호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룹은 아니다. 하지만, 근래에 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뭐하나 빠뜨리지 않고 오밀조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멋있다. 더군다나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 가짐이 있어서 더 멋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훌륭한 앨범에 7점의 평점을 준 것은, 모두 취향 때문이다. 나는 제8극장의 앨범에, 버스커버스커의 앨범에 8점을 주는 사람이다. 취향에 의한 플러스 점수가 들어간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내 취향이 분명히 아닌 음악에 7점을 주었다는 것은, 이 앨범이 사실은 8점 이상의 아주 들을만한 앨범이라는 말이다. 왜 객관성이 없냐고? 그럼 사람인데, 취향도 없이 음악 듣고, 좋아하는 건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뭐가 이상한가? 결국, 평론이든 리뷰든 평점이든 내 맘이 제일이다. 그래도 이 앨범 굿!이다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