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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4 Belle and Sebastian, <Belle and Sebastian Write about Love>(2010)
2011. 2. 24. 23:09 카테고리 없음

우리가 'indie' 라고 이름 붙인 모든 감성과 행동이 들어 있는 앨범

4년만에 새 앨범이었다. 작년에 한참을 잊고 있다가, 한 지인의 추천(내지는 전파)로 인해 다행히도 늦지 않게 이들의 신보를 접할 수 있었다. 당시엔 그냥 이렇게 생각했다. 억척스럽게 첫인상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지는 큰 틀안에서 언제고 대중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변화하고 적응하고 성장하는 이들이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말이다. 사실 그랬다. 빼어난 연주실력, 악곡과 가사의 절묘한 조화로 전달되는 생생한 서사, '우린 인디예요'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듯한 보컬의 목소리까지. 그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수많은 장점은 2010년이라는 시간안에서 자연스럽게 2010년의 벨 엔 세바스찬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나른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비온뒤의 작은 흥겨움처럼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그들은 모습은 비록 첫 앨범과는 달랐지만,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랬다. 

오랜만에 시간이 없어서 한밤중(이라고 해봐야 10시)에 집안 청소를 하면서 들려오는 진공청소기의 소리가 시끄러워 헤드폰을 들었다. 청소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다가는 그냥 이 앨범을 다시 들었다. 아, 좋구나. 그래 이게 바로 벨 엔 세바스찬이지,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신기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지난 2010년 한국의 밴드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거의 모든 것이 그 한장의 앨범에 자리하고 있었다. 신세기의 불안감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포기와 반항, 허무한 일상을 극복하는 자아의 발견, 그리고 언젠가를 그리워하는 지금의 마음까지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대단했다. 2010년 한국의 밴드 음악이 가려고 했던 모든 방향성의 원자들이 있었다. 물론, 그런것이다. 2010년의 세계는 하나였다. 그럼 누구라도 암묵적으로는 그 세계의 본질과 본질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한국의 밴드 음악이든, 일본의 인디씬이든, 혹은 영미권의 송라이터 누구라도 그러한 무의식적인 의무감이 있었을 것이다.(다른 의미에서 위대한 메인스트림의 댄스/발라드 음악은 이 의무감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목적이 다르다. 이것과 그것은 창작의 목적이 약간 다르다)

어찌되었든 나는 2010년 나의 음악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 이유는 아마 이들의 음악이 그때, 우리가 가졌던 현실 인식을 가장 본질적으로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성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대중이 자신이 느꼈던 현실의 감각을 이 앨범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이 음반은 충분히 대중적이다. 연주는 여전히 유려하고, 흥겹고도 감성적이며, 모든 트랙에는 그들만의 행동과 의지가 담겨져 있다. 게다가 대중적이면서 포괄적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사랑 노래는 결국 우리가 그 순간 가졌던 삶에 대한 노래인 것이다. 한번에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친절하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우리가 정성을 다해 듣는 만큼, 그들도 정성을 다해 이 앨범을 만들었을 것이다. 두번째 감상에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은 다행이다. 우리가 'indie' 라고 부르는 모든 감성과 행동이, 그리고 2010년의 순간들이 그 안에 있다는 것. 한밤중에 밀린 청소가 아니었다면 간과하고 넘어갔을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끔은 청소도 좋다.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