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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30. 13:23 카테고리 없음

댄서블(Danceable)한 진심, The Koxx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2011년 기준 평균 나이 22.5세. 이 젊은 그룹은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표현이 꽤나 어울린다. 2009년말 신인밴드의 등용문인 EBS 헬로루키의 통과와 레이블 계약, 그리고 6개월 만에 EP, 이어서 1년 만에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의 발매. 그 사이 있었던 국내외의 호평과 수많은 러브콜까지 더하면, 2년사이 밴드 The Koxx는 엄청나게 뛰어 올랐다. 얼마나 많이 뛰어 올랐는지, 그 기간 동안 밴드에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댄스유발자'라는 별명대로 이들이 보여주는 댄서블(Danceable)한 진심, 그리고 그 진심을 전해주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정도일까.

EP 앨범부터 그들의 음반은, 그리고 그들의 공연은 흥분과 열기의 아이콘이었다. 리듬 파트의 흥겨운 진행과 멜로디 파트의 재미난 구성은 보컬의 독특한 음색과 어우러져 듣는 이의 귀를 강하게 자극함은 물론, 어깨들 자동반사적으로 들썩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전력질주의 머신처럼 그렇게 청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들은 연주하고, 관객은 춤을 준다. 그것이 The Koxx의 필승 공식(?)이라면 공식이었다. 

1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앨범 [Access Ok]에서 밴드는 조금 달라졌다. 셀프 프로듀싱을 통해 그들이 도달한 것은 EP를 넘어서 조금 더 댄서블하게 청중을 자극하는 것,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멜로디와 비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먹기 좋은 떡이 맛난 것처럼, 누구나 듣기 좋은 음악이 정말 좋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그들은 이 앨범이 전작보다 "말랑말랑"해졌다고 말했다. 충분히 동의 가능한 부분이다. 멜로디 라인은 보다 청자에게 친근하게 말랑말랑해졌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그렇게 녹록하게 말랑하진 않은 것도 사실이다. 

리듬 파트의 직조(織造)는 더욱 세밀해졌다. 드럼 녹음이 아닌 미디로 시퀀싱한 이 '촌스럽기 그지없는' 레트로한 비트들은 그것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들릴 수 있도록 충분히 고려되었다. 날줄과 씨줄이 겹겹이 교차하는 것처럼 틈새를 찾을 수 없게 몰아친다. 쉴 틈을 주지 않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촘촘한 리듬 파트 사이로 작은 구멍을 찾아 왕복 운동중인 기타와 댄서블이라는 도장을 깊게 찍는 신디사이저의 뽕뽕거림은 이들이 본래 청자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핵심으로 모두를 확실하게 이끌어 간다. 물론 그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누구나 어깨를 들썩일만한 흥겨움, 그리고 그것이 더욱더 세련되고 보편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가요적인 관점에서 이들이 팔려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젠 밴드 음악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와 곡 진행, 그리고 보다 대중적인 보컬의 음색, 친근한 일상어의 노랫말 중 어느 것도 해당사항은 없다. 하지만 음악적인 매력이라면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만한 무언가를 반드시 가지고 있다. 룰렛 위에서 세련된 포즈로 원주(圓周)하는 공과 같이 멋지게 반복되는 이들의 루프 속에는, 사실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무언가가 있다.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잠시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순간적으로 고조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충만해지는 들썩이는 마음, 그리고 어깨를 느낄 수 있다. 명불허전의 속도감에 적절한 완급조절로 유발되는 그 고조되는 감정을 놓고 본다면 The Koxx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멤버들의 말처럼 말랑말랑한 멜로디, 앨범 곳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잔재미들까지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많은 이들에게 어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데뷔 때부터 이들과 함께 해오던 몇몇 유명 밴드의 카피캣(Copycat)이라는 누명 아닌 누명이 이번 앨범에서 완벽하게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들은 그들과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분류될 수 있는 음악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밴드는 트렌드에 충실하면서도 전작보다 더 자신들만의 질감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수많은 멜로디와 비트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창작된 이 시점에서 뮤지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운드의 질감이다. 앞서 말할 것처럼 이들이 앨범에서 보여준 리듬 파트의 레트로한 매력과 멜로디 파트의 거칠면서도 세련된 질감은 충분히 The Koxx만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속도, 그리고 완급조절이 그 질감을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인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이들이 세간(世間)의 기대(?)와 같이 글로벌 밴드로 크게 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그들이 전해주는 이 댄서블한 진심이 '댄스유발자'라는 수식어답게 청중을 춤추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들이 말했던 것처럼, 멤버들의 개성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음악을 즐기는 것. 그 마음이 계속된다면 이들은 언제고 누구라도 춤을 추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평균연령 22.5세, 이토록 재미난 앨범이 이들의 첫 앨범이다. 그래서 많이 기대가 되기는 한다.

posted by rubber.soul
2011. 2. 24. 23:09 카테고리 없음

우리가 'indie' 라고 이름 붙인 모든 감성과 행동이 들어 있는 앨범

4년만에 새 앨범이었다. 작년에 한참을 잊고 있다가, 한 지인의 추천(내지는 전파)로 인해 다행히도 늦지 않게 이들의 신보를 접할 수 있었다. 당시엔 그냥 이렇게 생각했다. 억척스럽게 첫인상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지는 큰 틀안에서 언제고 대중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변화하고 적응하고 성장하는 이들이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말이다. 사실 그랬다. 빼어난 연주실력, 악곡과 가사의 절묘한 조화로 전달되는 생생한 서사, '우린 인디예요'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듯한 보컬의 목소리까지. 그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수많은 장점은 2010년이라는 시간안에서 자연스럽게 2010년의 벨 엔 세바스찬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나른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비온뒤의 작은 흥겨움처럼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그들은 모습은 비록 첫 앨범과는 달랐지만,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랬다. 

오랜만에 시간이 없어서 한밤중(이라고 해봐야 10시)에 집안 청소를 하면서 들려오는 진공청소기의 소리가 시끄러워 헤드폰을 들었다. 청소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다가는 그냥 이 앨범을 다시 들었다. 아, 좋구나. 그래 이게 바로 벨 엔 세바스찬이지,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신기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지난 2010년 한국의 밴드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거의 모든 것이 그 한장의 앨범에 자리하고 있었다. 신세기의 불안감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포기와 반항, 허무한 일상을 극복하는 자아의 발견, 그리고 언젠가를 그리워하는 지금의 마음까지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대단했다. 2010년 한국의 밴드 음악이 가려고 했던 모든 방향성의 원자들이 있었다. 물론, 그런것이다. 2010년의 세계는 하나였다. 그럼 누구라도 암묵적으로는 그 세계의 본질과 본질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한국의 밴드 음악이든, 일본의 인디씬이든, 혹은 영미권의 송라이터 누구라도 그러한 무의식적인 의무감이 있었을 것이다.(다른 의미에서 위대한 메인스트림의 댄스/발라드 음악은 이 의무감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목적이 다르다. 이것과 그것은 창작의 목적이 약간 다르다)

어찌되었든 나는 2010년 나의 음악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 이유는 아마 이들의 음악이 그때, 우리가 가졌던 현실 인식을 가장 본질적으로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성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대중이 자신이 느꼈던 현실의 감각을 이 앨범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이 음반은 충분히 대중적이다. 연주는 여전히 유려하고, 흥겹고도 감성적이며, 모든 트랙에는 그들만의 행동과 의지가 담겨져 있다. 게다가 대중적이면서 포괄적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사랑 노래는 결국 우리가 그 순간 가졌던 삶에 대한 노래인 것이다. 한번에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친절하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우리가 정성을 다해 듣는 만큼, 그들도 정성을 다해 이 앨범을 만들었을 것이다. 두번째 감상에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은 다행이다. 우리가 'indie' 라고 부르는 모든 감성과 행동이, 그리고 2010년의 순간들이 그 안에 있다는 것. 한밤중에 밀린 청소가 아니었다면 간과하고 넘어갔을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끔은 청소도 좋다.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