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바늘.
rubber.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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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견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12 취향의 문제
2011. 2. 12. 23:56 카테고리 없음
몇가지 일들이 있었다. 가장 큰일은 "우리 어빠들 음악이 어때서? 잘난 니가 만들어봐라"라는 류의 댓글이 수백개쯤 달리게 되는 글을 썼다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자만, 그정도의 비평(내지는 비판, 혹은 감상)은 그 코너에 글을 올리면서 삼주에 한번정도는 나오는 매우 평이한 수준의 악평이었다는 것. 단지 그 대상이 "우리 어빠들"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것이다. 좋다. 나도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다. 게다가 사실 매우 편협한 사람이라서 好不好의 문제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절대적인 영역과 취향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사실 "우리 어빠들"을 옹호하는 그네들의 심정을 백번 이해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빠"라는 것을 몇차례 경험하였고, 우리 어빠들 외치는 일반적인 그들이 상상할수도 없을 만큼의 돈을 쏟아 붓기도 한다. (단순히 어빠들 씨디 감상용 1장, 소장용 1장 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본질적인 문제는 "니네 어빠들"의 음악이 딱 그정도, 즉 대한민국 A급 아이돌의 평균치밖에 안된다는 것이고, 부수적인 문제는 내 취향상, 평균치의 보편적인 댄스(혹은 그네들이 힙합이라 부르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 그런 음악)에 6점 이상 준다는 사실이 매우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아이돌 음악을 좋아한다. 게다가 그 어빠들 멤버중 한명은 나도 무척 좋아한다. 그 무대매너, 스타일, 재능. 감히 현재 한국 아이돌씬에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다. 대단한 가수가 맞다. 하지만, 그래도 7점이다. 왜냐면 21세기 한국에서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 그보다 훨씬 멋진 음악들이 많기 때문이다.

평론가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한다. 음악을, 영화를, 서적을, 그리고 그외 많은 것에 대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나는 현재 몇몇 이유때문에 그러한 종류의 일을 약간 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재미있어서. 글쓰는 행위가 나에겐 소소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물론 약간의 금전적인 보상도 그렇긴 하지만) 그럼, 평론가의 평론은 항상 공정하고, 객관적인가? 이 물음에 대해 나는 나의 짧은 경험, 그리고 지금까지 보아온 많은 평론들을 분석해본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그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취향의 차이는 반드시 존재하며, 100%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글이다. 물론 그 개인적인 견해의 바탕에는 사실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그냥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글로 쓴다면 그건 그냥 앨범, 혹은 노래에 대한 팩트일 뿐이다.

어빠들을 존경하는 수많은 "빠"들, 그리고 그외 문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잘못중에 하나는, 평론가가 절대적이라고 단정짓는 것이다. "모 유명 평론가가 우리 어빠들 이번 앨범은 감성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에 어빠들의 젊은 피를 수혈한 21세기 일렉트로닉 힙합의 결정체라고 했어" 라는 개인적인 사견을 절대적으로 믿을 순 없다. 같은 음악에 대해 다른 평론가는 "그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오버/언더그라운드에서 지속적으로 확인 가능했던 전자음을 통한 그루브를 답습함으로써 발전없는 아이돌 댄스 뮤직이라는 오명을 얻었다"고 말할수도 있다. 이건 이론의 문제가 아니다. 시험 문제로 나오진 않는다. 이건 감성의 문제이고, 취향의 차이이다. 나의 선택이 너의 선택과 다르듯이 나의 감상은 반드시 너의 그것과 다르다. 단 1%라도 다르다. 

모든 평론가가 전문적일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평론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은 흔히 말해 인터넷 검색을 하면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피상적일 경우가 많다.(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어떤 평론은 굉장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 전문적인 지식 역시, 배우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전문적인 지식과 평론하려는 대상(혹은 팩트)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유연하게 둘을 이을 수 있는 재간이 필요하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매우 독창적인, 때로는 억지와도 같게, 그리고 과하게 현상을 표현하기도 하는 취향의 차이가 그 기본이다. 그 사실은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평론가는 자신의 취향을 바탕으로 대상을 감상하여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평론가가 니네 어빠들처럼 댄스도 출수 있고, 랩도 잘하고 옷도 잘입으면 왜 평론가하겠는가? 그냥 가수하고 말지. 그들이 잘하는 것은 바로 그 주관적인 평론이기 때문에 그걸 하는 거다. 그러니까 정말로 댓글에 "그렇게 잘난 니가 대신 만들어봐, 우리 어빠들 음악이 뭐 어때서" 라고 달지 말자. 그런말 해봐야 못만드니까, 그치만 잘난 어빠들이 다음 앨범 들고 나오면 다시 한마디는 할수 있다. 그게 평론가니까.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