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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ベランダの煙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1.17 suzumoku, <ベランダの煙草> / 내일을 대하는 작은 고뇌와 희망의 노래들
2011. 1. 17. 17:30 카테고리 없음


suzumoku, 분명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 이름이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에서도 인디 성향의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으며, 화려한 퍼포머도,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들어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1984년생, 이제 막 20대의 중반이 된 이 젋은 청년의 노래속에서는 早老라도 해도 좋을 만큼, 동세대와 이전세대를 아우르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들어 있다. 도저히 20대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의 차분한 가창과 세련된 기타 연주, 그리고 짙은 페이소스가 담긴 가사까지. 음악이 궁금하면 유튜브같은 사이트 찾아보면 많이 있다. 난 확신한다. 당신은 분명히 그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2007년 앨범 <コンセント(컨셉트)>를 발표한 이래, 이번 앨범까지 총 4장의 앨범을 낸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두번째 앨범 <プロペラ(프로펠러)>의 수록곡인 'レイニードライブ(레이니 드라이브)'를 들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어라, 이 사람 정말 대단한 포크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자신의 목소리와 기타가 정확히 무엇을 향해 일치점을 보여야 하는지, 가볍지 않은 가사를 어떻게 해야 밝게 전달할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포크 음악인지, 그 모든 것들을 하나의 노래로 들려주고 있었다. 이정도의 실력이라면 꽤 많은 나이겠군, 이라는 나의 생각과 달리, 20대 중반의 청년이 들려준 기적같은 노래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난 이미 그의 음악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초기에 발표한 두장의 앨범에서 그는, 비대칭적인 현실을 노래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마치 한국의 70년대 저항가요처럼 그의 노래속에서는 현실의 직시와 부조리의 타파라는 큰 주제가 담겨져 있다. 야근에 지친 노동자, 지칠줄 모르며 뿜어나오는 공장의 연기, 어두운 귀가길 그리고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작은 고뇌와 기대감까지. 그는 노래를 통해 부조리의 타파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연장선상에 있는 두장의 앨범에 이어 2010년 발매된 세번째 앨범 <素晴らしい世界(멋진 세상)>에서도 이 청년은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그 현실은 사회가 아닌, 자신.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실에 대해 노래한다. 물론 그 현실도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주체가 누구라도 현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는 눈앞에 펼쳐진 이 역설적인 '멋진 세상'을 노래한다.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주제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운드는 풍성해졌고, 언어는 잘 다듬어졌으며, 장르적으로 더욱 다채로워졌다. 직설적이여야 한 부분에서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나가며, 우회해야할 부분에서는 효과적인 길을 찾아 돌아간다. 암울한 현실에 대한 노래가 있는가 하면, 희망적인 내일을 노래하는 곡도 있다. 지금까지처럼 그의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앨범이다. 물론 한살 더 먹은 만큼 그의 음악적 깊이가 한층 깊어진 것은 물론이다. 수록곡이 8곡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물론 전작들도 다 그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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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아마 재즈 밴드 PE'Z와 함께 했던 pe'zmoku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페즈모크 이전에 suzumoku라는 멋진 송라이터라는 점. 잊지 말자.
posted by rubber.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