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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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2. 11:10 카테고리 없음


2018년 내맘대로 베스트 9 음반


Asian Kung-fu Generation, <ホームタウン>(홈타운)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은 관조적이면서 폭발적이고, 지적이면서 충동적이다. 이 모순된 수식어들은 안경 쓴 보컬로는 일본에서 (아마) 제일 유명한 後藤正文(고토 마사후미)가 가지는 정적이면서도 선동적인 이미지에서 유래할 것이다. 이미 죽은 장르인 Punk, Alternative 혹은 Emo-core로 15년 넘게 활동하여 9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트렌드와 무관하게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결과물의 평가가 지속적으로 좋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 (거의) 망한 일본 밴드씬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의미한 활동을 보여주는 그들의 9번째 앨범. 들으면 그냥 그들이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라 좋은 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oqw00bxN_4w


Leon Bridges, <Good Thing>
리온 브릿지스(Leon Bridges)의 첫 앨범 <Coming Home>은 앨범 자켓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복고의 재현. 게다가 이 어린 청년이 너무 능숙하게 좋은 옛 시절을 노래해서 평단의 극찬이 이어졌다. 두 번째 정규 앨범인 <Good Thing>은 레트로한 요소들을 적절히 차용하였으나 누가 봐도 2018년의 사운드다. 그루브가 살아 있고, 수록곡 간의 밸런스도 좋다. 세션도 훌륭하며 녹음과 믹싱도 생동감 있다. 목소리마저 출중한데 뭐가 더 필요할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다. 간혹 이 앨범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냥 계속 그의 첫 앨범을 들으면 될 듯.
https://www.youtube.com/watch?v=cztfyj1dVgk


TOUCAN, <TOUCAN>
우연히 들은 음악이 더 소중한 법이다. TOUCAN은 아일랜드 더블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로 주축 멤버 2인을 포함한 10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있다. 데뷔 싱글 <We fell for miles>가 아일랜드 바이럴 차트에서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의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벚꽃이 한창 필 시기에 들었던 이 싱글의 상큼한 기억은 하반기 첫 EP인 셀프타이틀의 음반이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Funky한 리듬과 브라스밴드의 중독성 있는 연주에 각운이 잘 맞는 가사가 더해져 한번 들으면 팬이 되어버리는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감각과 비슷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eEI_VtnCAXk


QUEEN, <Bohemian Rhapsody>(OST)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이나 봤으며, 한달 정도 퀸의 바이닐 음반을 주구장창 들었다. 이 앨범의 의미는 이 앨범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 앨범으로 새삼 프레디 머큐리의 위대함이 재조명되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을 통해 다시 퀸의 음악을 들으며 <A Night At The Opera> 음반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되는 순간, 이 사운드트랙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내년 3월에 바이닐로도 발매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기대 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


Tom Misch, <Geography>
<Geography>는 나에게 ‘올해의 앨범’이다. 톰 미쉬(Tom Misch)의 데뷔 앨범은 강렬한 한방을 버리고 효과적인 잽으로 이력서를 채운 보기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다. 귀에 확 박히는 중독적인 훅과 전자음으로 이루어진 3분 이내의 싱글컷이 주류를 이루는 팝씬(인디씬 포함)에서 4분이 넘는 곡들에 소리를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서 빚어낸 이 앨범은 댄스 클럽에서도, 라이브 클럽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완성도를 지녔다. 반드시 앨범 단위로 첫 곡부터 감상해야 되는 음반. 특히, 바이닐로 듣는다면 귀가 더욱 호강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M1N_wbhAfQ4


ハンバート ハンバート(험버트 험버트), <FOLK 2>
험버트 험버트(ハンバート ハンバート)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포크씬에서는 꽤 유명한 듀오로 두 사람은 부부이기도 하다. 서정적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가사와 포크의 기본에 충실한 송라이팅이 더해져 현재까지 총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였다. 물론 오리콘 메인 차트를 장식하는 그룹은 아니지만, ‘알만한 사람들 다 아는’ 뮤지션으로 특히 佐野遊穂(사토 유호)의 목소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감성적인 일본 여성 보컬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이 앨범 <FOLK 2>는 2016년 발매된 <FOLK>에 이어지는 앨범으로 두 사람의 하모니와 최소한의 악기만으로 연주되었으며 오리지널 곡과 리메이크 곡이 같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충분히 그들의 의도가 전달되는 좋은 포크 앨범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Jm4sJPtrEk


Jimi Charles Moody, <Highbury>
지미 찰스 무디(Jimi Charles Moody)는 원래 영국 힙합 듀오인 리즐 킥스(Rizzle Kicks)의 멤버로 솔로로도 몇 장의 EP를 발매해왔다. 고스펠과 올드스쿨, 하드락이 결합된 고전적인 조합의 음악을 들려주며 무엇보다도 그의 목소리 자체가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소울풀하다. 그는 흔히 소몰이 창법이라고 말하는 발성법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슬픈 감정을 전하기 보다는 경쾌하고 따뜻한 느낌을 표현해내는 장점이 있다. 이 앨범 <Highbury>는 4곡짜리 EP로 개인적으로는 올해 꽤 많이 들었던 음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SwwmnudvCg


페퍼톤스, <Long Way>
페퍼톤스의 미덕은 믹싱과 시퀸싱이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밴드’ 음악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들의 행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들이 원래 잘하던 것에 비해 새롭게 하고 싶어하던 ‘밴드 사운드’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인 <Long Way>는 이제 간신히 그들이 원래 잘하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고 싶어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악기를 가지고 시퀸싱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송라이팅은 물론 곡 하나하나의 구성도 나쁘지 않다. 노래도 옛날보다 잘하고. 추천곡은 2번 트랙 <a cowboy’s ocean>. 가사가 너무 좋다. 소년의 마음이랄까?
https://www.youtube.com/watch?v=WJ1apGjayE4


<Mamma Mia! Here We Go Again>(OST)
워낙 첫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도 하고, 아바의 히트곡을 거의 다 전편에서 써먹어서 속편의 제작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영화와 음반이 나와보니 젊은 시절의 도나를 연기한 릴리 제임스의 목소리도 나쁘지 않았고, 신구 연기자의 조합도 괜찮더라. 게다가 (분량과 상관없이) 등장 자체만으로 이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메릴 스트립의 존재만으로 영화는 감동이었고, 자연스레 음반도 올해 꽤 많이 들어서 이 리스트의 끝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추천곡은 4번 트랙, 아직 자신이 성정체성 파악이 안된 해리와 20대의 도나가 부르는 <Waterloo>.
https://www.youtube.com/watch?v=IQDJyKmqej8

posted by rubber.soul
2017. 7. 26. 17:23 카테고리 없음


전쟁이라는 총체적 괴수(怪獸)에 대한 새로운 영화적 시도,

혹은 타국의 내셔널리즘을 대하는 우리의 새로운 인식


한 재능 있는 영국인이 지금까지 자신의 다소 환상적이고, 화려한 커리어에서 내려와 역사적 사건을 그린다. 그 역사적 사건은 마치 한국전쟁에서 흥남 철수 작전처럼 극적으로 전개된 철수 작전이다. 이 영국인이 과연 영국인들에게 여전히 좋은 기억, 민족적 단결을 보여주었던 이 사건에 대해 영국 배우들과 함께 객관적으로 영화를 찍는 게 가능할까? 물론, 영화가 항상 객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모든 내셔널리즘적 콘텐츠국뽕으로 불리는 요즘의 추세 속에서 과연 이 영화를 국뽕으로 부르는 게 맞을까? 개봉 전부터 잔잔하게 전쟁의 참해를 그린 역작’,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쟁 속으로 들어가다등의 수식어를 달고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92%) 등장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덩케르크(Dunkirk)’는 솔직히 말하자면, 내 눈엔 세련된 국뽕으로 보였다. 아니다 영국이니까 영뽕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신문을 읽는 주인공과 맥주를 전해주는 기차 밖 사람들, 프랑스군을 위해 덩케르크에 남겠다는 지휘관, 비상탈출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독일군에게 잡히는 파일럿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에게 영뽕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영뽕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이 영화는 영국인으로 역사적 의미를 담아 충분히 그릴 수 있는 이야기이며, 그 방식 또한 촌스러운 면이 없다. 오히려 편집은 트렌디하고, 내러티브는 없지만 공간과 시간으로 그것을 대체한다. 감동보다는 체험, 눈물보다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많은 평론가들이 쉽게 9점을 던지며 이 영화는 영뽕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면 그들의 말에는 절대 동조할 수 없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 영화가 가지는 첫 번째 의미가 영국인이 만든 찬란한 영국 역사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들은 숱한 미사여구로 이 영화의 의미를 무시한 채, 영화사에서의 의의, 혹은 재미와 새로운 시도만으로 쉽사리 9점을 던지는지 충분히 감이 오지만, 굳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를 보여 나는 제일 먼저 괴수물이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 보았던 안노 히데아키의 신고질라가 생각났다. 괴수가 등장하기 전, 화면에는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이 묘사되고 그와 함께 날카로우면서도 절제된 음악이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그리고 떠오른 것은 각종 재난 영화들이다. 인간 하나하나가 제어할 수 없는 총체적인 재난 앞에 무기력한 감각이 여실히 드러나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런 느낌적 느낌(!)이 생각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블레어위치 프로젝트와 같은 인디 공포 영화들도 잠깐 잠깐 뇌리에 스쳤다. 핸드헬드 카메라의 울렁거림, 그리고 카메라 밖에서 다가오는 공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상의 산물인 괴수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인간 대 인간의 재난을 미묘한 긴장감 속에 묘사하며, 울렁거리는 카메라 워크는 8mm 카메라가 아니라 아이맥스 카메라로 공간감 있게 화면에 담긴다. 이야기꾼인 감독 특유의 내러티브는 없지만 그 자리를 시간과 공간의 교차 배치를 통해 채우고, 아날로그 필름만의 질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우리 세대에도 이런 감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라고. 그래서 그들은 주저 없이 9점을 던진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이 영화에서 감동 대신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지는 긴장감의 형성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그의 음악이다. 그는 날카롭지만 자제력 있는 현악 편곡으로 기묘하면서도 흥미로운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마치 괴수물에서 괴수가 등장하기 전에 온 하늘이 떨리는 불쾌한 흥분이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덩케르크(Dunkirk)는 잘 만든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을 뺀다면 이 영화의 평은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9점을 주며 찬사를 쏟아낼 수 있을까? 한스 짐머가 영화 내내 현악기로 표현했던 극한의 긴장감만으로 이 영화에 9점을 선뜻 내주기는 어렵다. 그럴듯한 클라이막스가 없다는 건, 신의 한 수 같은 장면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친구는 괜찮냐는 길리언 머피의 말에 ''라고 대답하는 그 장면이 나에게 있어서 클라이막스였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놀란의 최고작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냥 고집스런 예술가의 세련된 장인 정신쯤으로 해두고 싶다. 물론 이건 그들이 말하는 영화사에서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일 것이다. 7/10


https://www.rottentomatoes.com/m/dunkirk_2017

posted by rubber.soul
2017. 1. 3. 16:40 카테고리 없음


내가 만약, 그 곳에 있었더라면, 혹은 나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만약에 그런 일을 당했더라면, 그리고 만약에 내가 누군가를 구할 수 있었다면. ‘만약에…’로 시작하는 얘기는 항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만약에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그 이야기는 절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2011 3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경험한다. 불행하게도 한국인 역시 2014 4세월호라는,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사건을 경험한다. 이 영화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는 이 영화가 명백하게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사건을 경험한 일본인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경험을 3년 뒤에 가졌던 한국인들 역시 일본인들이 갖는 의식의 변화를 거쳤고, 그래서 이 영화는 2014416, 점심 시간에 돈까스를 먹으며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보았을 때의 안도감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아무도 구해내지 못했던 그 순간의 절망감을 경험한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소년과 소녀가 만나고 헤어졌다가 결국 다시 만난다는 고전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실, 오랜만에 본 2을 덜어낸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그리고 감독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화면에, 오프닝부터 극장을 압도하는 Radwimps의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작업물로 자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본에서 사회 현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감독이 보여주지 않았던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딱 맞아떨어졌다. 바로 현실감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평범한 사람들, 있을 법한 삶을 묘사하는 일상에 대한 감각만큼은 역대 일본의 어떠한 애니메이션 감독보다 탁월했다. 하지만, 감독의 일상성이 현실감을 가지고 있었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만약에로 시작하는 비일상적이기 그지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현실감을 이야기한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경험한 일본인들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전한다.

 

그 고민들은 바로 삶의 밀도, 혹은 일상의 완결성에 관한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언제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의 직/간접적인 경험은 일상으로부터의 단절, 그리고 변화와 끝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갑작스레 큰 병에 걸린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것,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이 일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현실적 고민들이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집단적으로 경험한다면 사회적인 수준에서의 현실적인 고민들이 공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내일 당장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 혹은 내가 삶을 공유하고 있는 누군가가 지금 당장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유한한 나의 일상의 삶이 내가 만족할 만큼 밀도 있는 삶인가, 그리고 언제고 갑자기 끝나도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이 밀도는 열심히 일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자고, 열심히 이야기하고, 열심히 아무 것도 안하는, 말 그대로 무엇을 하더라도 항상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감독은 그 삶의 밀도와 일상의 완결성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이후 일본인들의 변화된 인식을 화면에 그리고 있다.

 

또 하나, ‘만약에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의 문제이다. ‘내가 없어지면, 혹은 누군가가 사라지면, 그 사람은 혹은 나는, 서로를 기억해줄까라는 작은 의문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사라진 많은 사람들을 기억해 달라는 큰 소망이 되는 동시에, 내가 만약에 사라지도라도 꼭 기억해달라는 작은 소망이 되기도 한다. 바꿀 수는 없지만, 기억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감독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기억만을 남긴 채 끝나지는 않는다. 감독은 결국, ‘만약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현실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통해 그 만약에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실현되는 것도 그 나름의 현실감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기억하고, 또 고민하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자는 말과 함께 그는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일지라도 이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희망적인 일상만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감독의 청자는 2011년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겪은 일본인들이겠지만, 3년후 세월호의 순간을 겪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나한테는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9/10 


posted by rubber.soul
2016. 10. 12. 22:40 카테고리 없음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사무엘 비외르크 저/이은정

최근 서너 달 동안 읽었던 10여권의 책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고르라면 난 주저없이 사무엘 비외르크(Samuel Bjørk)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를 꼽겠다. 이 소설을 몇가지 단어로 압축하자면, ‘속도감, 캐릭터, 중독성정도로 요약하고 싶다. 하지만 이 세 단어는 잘 쓰여진 장르 소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이라 굳이 이 세 가지에 수식어를 덧붙이자면 끝내주는 속도감,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미칠듯한 중독성이라는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복잡한 플롯과 얽혀 있는 사건 속에서 매번 앞으로 책장을 다시 넘겨 자신의 기억력을 탓하게 만드는 수많은 장르 소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복잡하지만 일관되고, 논리가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중도에 포기하지만 100페이지를 넘기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요 네스뵈의 소설에서 현학적인 느낌을 조금 덜어내고 거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짧지만 감각적인 문장들을 배치했다고 하면 딱 와닿을 설명이 아닐까 한다. (오해 마시길, 난 요 네스뵈의 팬이기도 하다)

 

미아뭉크라는 상반된 두 캐릭터,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회적인 사건이라고 여겼던 부분은 어느새 그 이상 혹은 그와 다른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간만에 책 보다가 너무 늦은 시간임을 깨닫고 얼른 불을 끈 작품이다. 9/10


+ 이 책은 2013년에 발간되었다. '미아'와 '뭉크'가 다시 등장하는 시리즈물 '올빼미'는 2015년에 발간되었으며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는 않았다.



 

posted by rubber.soul
2016. 10. 9. 22:51 카테고리 없음


당신은 모르면 행복한 것들을 굳이 알아가면서 괴롭게 살아갈 용기가 있는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익명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진짜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군가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는가?’ 영화가 끝나고 문득 떠오르는 것은 관계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와이 슌지가 왜 이렇게 현실적인 어법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나는 현실적으로 보였던 많은 부분들이 실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 현실적인 모순들을 판타지로 포장하는 그의 취미, 혹은 재능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살짝 안도감을 느꼈다.

 

동명이인의 이야기를 담은 러브레터, 근미래의 일본을 이야기하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도 결국에는 결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통해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현실 세계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립반윙클의 신부역시 다르지 않다. SNS 중심의 관계 맺기, 익명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신뢰,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나타나는 작은 휴머니즘, 집착과 사랑에 대한 극단적인 묘사까지 비현실적인 설정과 요소들이 차곡차곡 현실인 것처럼 관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그 안에서 관객은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함께 있고 싶었던 사람과 순간들을 떠올리며 어느새 이와이 슌지표 감수성에 푹 빠지게 된다. 마지막 순간, 고요한 적막과 함께 창을 여는 여주인공의 표정에서 이 이야기가 꽤 해피엔딩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어느새 삶의 위안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는 흔해빠진 행복도, 혹은 긍정적인 자아 찾기에 관한 것도 아니다. 이와이 슌지의 영화는 비현실적이면서 잔인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설원 속의 오겡끼데스까가 영화 러브레터의 전부가 아니라, 첫사랑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그녀와 꼭 닮은 여자와 결혼하고 갑자기 죽은 남자, 그리고 그 비련의 여주인공이 영화 러브레터의 또다른 이면인 것처럼 말이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익명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진짜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나는 누군가가 없이도 잘 살 수 있는가?’라는 물음보다 더욱 깊숙한 곳에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당신은 모르면 행복한 것들을 굳이 알아가면서 괴롭게 살아갈 용기가 있는가?’, 라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이 과연 아무 이유도 없이 마냥 좋은 것인지, 혹은 누군가의 호의가 과연 어떠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 또한 내가 이유 없이 행복한 것은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감독은 우리에게 그런 것에 대해 고민하며, 나의 행복에 대해 의문을 가지라고 말한다.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비현실적이지만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만은 여전히 날카로운 이와이 슌지. 그가 여전해서 다행이다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립반윙클의 신부>(リップヴァンウィンクルの花嫁)(2016) 8/10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0551


* 이 감상평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posted by rubber.soul
2016. 4. 19. 20:37 카테고리 없음



너와 나의 사랑은 모두 소중하다


흔히 말했다. ‘8극장은 뮤지컬 같은 음악을 들려준다고. 나는 오히려 연극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 뮤지컬적인이란 수식어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서사성 강한 가사, 전달력 좋은 보컬의 목소리, 통통 튀는 멜로디와 흥겨운 무대, 그리고 한편의 예술작품으로서 충분히 완성도 높은 한 장, 한 장의 스튜디오 앨범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수식어는 그들의 음악을 폄하하는 단어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많은 뮤지션들이 싱글 단위의 음악 생산 속에서 이슈 몰이와 빠른 반응에 집착하고 있는 요즘, 굉장한 칭찬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내 입장에서는 큰 칭찬을 해주고 싶은 미덕이라는 말이다.


밴드는 <나는 앵무새 파리넬리다!>(2011)로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것이 소설 <보물섬>이든, 만화책 <원피스>든 그 시절 우리가 꿈꾸었던 환상적인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좋은 기억은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콘셉트로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된 그 첫 앨범 속에서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양화대교>(2013)는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동화 같은 저 바다를 노래하던 이들이 2년만에 현실 세계로 내려온다. 그들은 <9번 출구> <양화대교>라는 일상적인 노랫말로 어른이 되어 인생을 노래한다. 언젠가 이 앨범의 후반부 6~10번 트랙이 비틀즈의 <Abbey Road> 후반부 <Golden Slumber> 메들리를 생각나게 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그만큼 좋았지만, 한편으로 내 어린 시절의 꿈이 갑자기 불쑥 어른이 되어 각박한 현실세계에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밴드 멤버들이 공연 때마다 대박이라고 팬들을 세뇌시키던 새 스튜디오 앨범 <언제나 나는 너를 생각해>(2016)는 환상과 인생을 넘어 사랑을 노래하는 밴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제의식은 여전히 뚜렷하다. 밴드는 일관된 태도로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노래라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사랑에 관한 노래이다. 로큰롤을 바탕으로 로커빌리, 컨트리, 사이키델릭, 선샤인팝 등 장르적인 확장이 가장 눈에 띈다. 사운드의 깊이라는 말을 종종 쓰게 되는데, 그러한 부분에서도 분명히 앞선 두 앨범보다 진일보했다. 밝고, 명랑하지만 몇몇 트랙에서는 애절한 발라드보다 더 애잔한 느낌을 준다. 아마 메이저 코드로 먹먹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분야에서 제8극장을 따라갈 밴드는 많이 없을 듯하다.


그래 사랑이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사랑, 사랑, 사랑을 이야기할 줄은 사실 몰랐다. 앨범의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이들은 말한다. 사랑에는 남녀노소가 없고, 국경도 없고, 인종도 없다. 그냥, 사랑에는 아무런 걸림돌도 거리낌도 없어야 한다. ‘나는 니가 좋다는 말이 12개의 트랙을 넘나들면서 백 번도 넘게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사실 연주도 훌륭하고, 녹음과 믹싱도 좋고, 앨범의 밸런스도 멋지지만, 그냥 이 앨범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앨범이 <양화대교>(2013)보다 먼저 나왔다면 오히려 환상, 사랑, 그리고 인생으로 이어지는 연작으로서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니, 그냥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앨범의 순서와 상관없이 처음이든 끝이든 ‘나와 너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사랑은 소중하다’, 밴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사실 나는 제8극장의 라이브도 종종 가는 편이고, 8극장 본인들 역시 라이브가 재미있는 밴드라고 자신들을 소개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음반의 완성도가 그들의 장기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라이브도 좋지만, 이렇게 정제된 사운드를 음반으로 몇 번이고 듣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http://music.bugs.co.kr/album/20031312?wl_ref=list_ab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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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4. 20:48 카테고리 없음

<선정의 변> 10월 1주, 이주의 발견 : 국내 - G-드래곤 [One of a Kind]

사실 처음에는 G-드래곤의 새 앨범이 이주의 발견에 선정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후보작들의 리스트를 보고 나서 꽤나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독보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후보작들과 일정 수준의 차이를 보이며 이주의 가장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전작부터 이어져 오던 G-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 특히 선택과 집중, 그리고 균형감을 생각한 앨범의 구성은 그가 여전히 뮤지션과 엔터테이너 사이에서 자신의 입장을 잘 조율하면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자신감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 그리고 영민함이 더해져 리스너로부터, 그리고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민첩하게 행동한 G-드래곤, 그 판단력과 행동력이 이주의 발견에 선정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영민함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처음부터 빅뱅에게 참신하다거나 트렌디하다는 수식어가 붙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그들은 'One of Them'의 남성 5인조 아이돌 그룹으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몇 곡의 메가 히트와 솔로/유닛 활동의 호평, 그리고 그것을 잘 포장하고 효과적으로 리스너들을 포섭한 YG의 기획력이 더해져 어느새 빅뱅이라는 이름은 쏟아지는 남성 아이돌 그룹들과는 약간 다른 포지션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그룹의 리더인 G-드래곤(이하 GD)라는 것은 빅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절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똑똑하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도움의 최대치, 그리고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차원을 넘어서 감각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트렌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일종의 영민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솔로 앨범에서도, 유닛 앨범에서도,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 영민함은 변치 않고 앨범의 핵심에 자리한다.

사실, 이번 앨범은 2009년에 발매된 그의 첫 앨범인 [1집 Heartbreaker]와 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 어리지만 넘치는 자신감,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게다가 트렌드와 대중적 선호도를 고려한 곡의 선정까지 지난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균형감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또한, 팝 음악으로서의 좋은 점을 남기면서 다양한 요소들을 취사선택하여 적절한 부분에 배치시키는 방식을 통해 '대중적인 팝' 음악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것도 그러하다. 하지만 3년의 시간 동안 그는 빅뱅으로서, 그리고 몇 가지의 유닛 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자신의 생각을 쌓아왔고, 한국의 메이저 음악씬 역시 3년 전과는 달라졌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그가 느끼고 있었던 GD로서의 자존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채워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하지만 결코 균형감을 잃지 않겠다는 고집이 앨범의 전체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다.



솔직히 앨범보다 일찍 공개되었던 'One Of A Kind'의 뮤직 비디오를 먼저 접했을 때, '과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기 과시와 상상 이상으로 화면을 채우는 화려한 이미지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번 앨범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 싶은 자존감과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여 그가 가지고 있던 좋은 점 중 하나인 대중 가수로서의 균형감이 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록곡이 전부 공개되고, '그XX'와 '크레용 (Crayon)'의 영상을 함께 접하면서 그러한 우려는 일정 부분 사라졌다. 총 7곡의 단출한 구성 속에서도 GD는 균형을 유지하는 영민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전작에 비해 선이 굵어지고, 시도된 장르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 이루어졌다. 힙합을 대하는 그의 태도 역시 조금 더 진중한 자세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지금의 GD, 그리고 빅뱅을 있게 해준 일렉트로닉적인 부분과의 조화도 전작보다 세밀하게 배치되었다. 그런가 하면 미디엄 템포의 멜로딕한 곡들은 더욱 감성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컬 역시 전매특허의 GD표 래핑에서 벗어나 곡에 어울리는 어투를 표현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Missing You (Feat. 김윤아 of 자우림)'나 'Today (Feat. 김종완 of Nell)'처럼 밴드적인 화법, 그리고 최적의 피처링 상대를 찾아내어 완성도 높은 장르적인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이나 힙합 뮤지션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파트를 배분하여 보편적인 힙합 트랙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불 붙여봐라 (Feat. Tablo, DOK2)' 등,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균형감을 지키면서도 각각의 장르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빅뱅의 리더이자, 솔로 뮤지션인 GD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뮤지션이면서 엔터테이너, 그리고 래퍼이면서 싱어, 송라이터이면서 퍼포머로서 다중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그가 독보적이진 않지만 트렌드세터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대중음악으로써 듣기 좋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멜로디와 리듬, 힙합과 일렉트로닉, 트렌트와 레트로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그동안 빅뱅을 통해 해왔던 시도들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 자신이 가장 돋보이는 음악을 가지고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영민하다.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엔터테이너로서도 영민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 중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관습적인 것들 중에 식상한 것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센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하는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그는 어찌 되었든 뮤지션과 엔터테이너 사이에서 자신을 잘 조율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민첩하게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있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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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잘 하는 건 잘하는거다. 그리고 똑똑하고 센스있는 것도 맞고. 특별히 팬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앨범은 진심으로 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도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열고 들어보면, 인디라던가, 마이너라던가, 작품성이라는 단어에 휘둘리며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좋은 앨범임에 틀림없다.

이 글의 원문은 http://bit.ly/VkOdvh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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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4. 15:16 카테고리 없음

<선정의 변> 6월 2주, 이주의 발견 : 국내 -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 [1집 TIMES]

앨범의 점수를 매기고, 리뷰를 작성하는 이들 역시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래서 항상 100%의 객관적인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 그래도 가끔은 취향이라는 개개인의 절대적인 기준과 상관없이 좋은 앨범들이 있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첫 정규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취향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앨범이다. 뚜렷한 정체성과 훌륭한 연주는 물론, 사운드와 메시지의 측면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하지만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꽉 찬 앨범이다. 그리고 또한 시간이 지나도 다른 누군가의 음악에 의해 대체되지 않은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실력과 정체성, 그리고 보편적인 감성을 얕은 타협 없이 풀어놓은 이 앨범. 이주의 발견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


<네티즌 리뷰> 얕은 타협 없이 마법처럼 녹아든 보편적 감성의 포인트들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김정호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와 처음 대면하면 생각나는 일반적인 단어는 어두운 것일 확률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전 발매된 첫 EP에서 그들은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분노의 감정을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대화된 형태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밴드 음악에서 문제시되는 '연주력'이나 '정체성' 같은 단어는 그들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탄탄한 리듬 파트에 멜로딕한 기타, 그리고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보컬의 목소리는 그들의 실력과 자존감을 입증해주었다. 하지만 이들이 그리는 어두운 세상의 단면은 자연스레 '대중성' 혹은 '보편적'이라는 단어와는 무관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상을 받고, 콘서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어도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떠오르는 실력파 밴드였다.

그들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바꾸어 놓은 것은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밴드'만이 출연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수많은 밴드 중에서도 그들은 남달랐다. 과연 여기가 그들이 있어야 할 장소가 맞는가 할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전문가에 가까웠다. '심사위원석에서 감히 그들을 평가해도 되는가', 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단순히 심기 불편한 음지의 어둠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첫 EP의 사운드는 사실 끈적이고 끈질기면서도 끈덕지다. 접착력 강한 무언가처럼 귓가에 끈적이는 그들만의 흔적은 남기고, 쉽사리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쉴새 없이 그 강한 기운을 풀어놓는다.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 꼭 필요한 느낌이고 누군가는 온전히 그것을 전해주어야 하는 느낌이다. 그들의 노래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꿈같은 희망이 아니라 어두운 현실. 하지만 그들은 그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선과 그것을 전해줄 수 있는 실력과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진실을 원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향해 그들은 노래했다.



거대한 부조리를 향해 크게 외치던 그들은 이제 첫 번째 정규 앨범 [1집 TIMES]를 통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진흙탕 같은 현실 속에서 노래하던 그들은 어느새 그 어두운 부분에서 뛰어올라 높은 곳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듀서와의 궁합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좀 더 나아진 그들의 현실 때문이었을까, 여유와 유연함마저 느껴진다. 멜로디 라인은 더욱 유려해져서 귀에 착착 감긴다. 그리고 각 파트는 비율 좋게 역할이 분담되어 청자에게 전달된다.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청자의 귀와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수록곡 간의 뛰어난 완급 조절과 감정의 조절, 그와 함께 변함없이 강렬하면서도 확실하게 들려오는 가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의 힘은 이들이 지난 EP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더 많은 노력을 앨범에 담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밴드의 말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수단이 되었다.



대중성은 때로는 아티스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보장하고, 그 관심 속에서 아티스트가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들의 첫 앨범은 분명 취향의 차이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 보편적인 매력이 그저 그런 타협과 얼버무림 속에서 나왔다면 조만간 잊혀질 무언가가 되겠지만, 이들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 얕은 꾀를 부리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은 전하려는 진심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것을 취한 것이다. 더욱 깊어진 주제 의식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선보이고, 하나하나의 시도에 최선의 양념을 곁들인다. 보컬의 외침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절제와 폭발의 순간을 시기 적절하게 잡아내고 있다.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아주 세련된 타이밍에 힘을 빼고 감정을 전해준다. 연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력을 뽐내기 보다는 그 순간 가장 필요한 최적의 요소들을 영민하게 배치시켰다. 모든 것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밴드의 이름을 알리고, 그 이름에 걸 맞는 매력적인 음악을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것. 실력 좋은 밴드들이 가끔 범하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걸작'이 아니라 이들처럼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목소리를 더욱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야 말로 정말 멋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짝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첫 앨범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사람에 따라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 앨범은 훌륭하다. 여전히 그들이 보는 이 세상은 어둡고,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불평과 불만이 아니라 이제 변화의 가능성을 노래한다. 그 희망이 담긴 의지를 노래한다. 우연히 잡은 이 호시절(好時節)을 더욱 좋은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래한다. 하지만 세상에 우연은 없다. 우연도 실력이다. 그리고 우연이 계속되면 그것은 필연이다. 그들의 호시절(好時節)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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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취향이 있고, 그 취향 덕에 여러 종류의 음악들이 사랑을 받는다. 게이트플라워즈는 분명, 내가 가진 음악적 기호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룹은 아니다. 하지만, 근래에 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뭐하나 빠뜨리지 않고 오밀조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멋있다. 더군다나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 가짐이 있어서 더 멋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훌륭한 앨범에 7점의 평점을 준 것은, 모두 취향 때문이다. 나는 제8극장의 앨범에, 버스커버스커의 앨범에 8점을 주는 사람이다. 취향에 의한 플러스 점수가 들어간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내 취향이 분명히 아닌 음악에 7점을 주었다는 것은, 이 앨범이 사실은 8점 이상의 아주 들을만한 앨범이라는 말이다. 왜 객관성이 없냐고? 그럼 사람인데, 취향도 없이 음악 듣고, 좋아하는 건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뭐가 이상한가? 결국, 평론이든 리뷰든 평점이든 내 맘이 제일이다. 그래도 이 앨범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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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4. 21:21 카테고리 없음



You love Madonna? Of course, I 'Had liked' her music until the album, <Hard Candy>. Her latest album is not so brilliant for me though. She is a great singer and fashion icon, I'm sure. This Queen of pop has started her world tour on 31st o
f May, last week at Tel Aviv, Israel. At the stage, She Performed Gaga's mega hit song <Born this way>, but its not from Honor or Love. She mixed <Express Yourself> and <Born this way> most likely in order to criticise Lady Gaga. Moreover, She added words at the end of the song, which is "She's not me". She looked as if she would like to attract public attention, not want to criticise Gaga. How poor. I think Her golden age has already gone, and it would never come back. Should realise she isn't the Queen of Pop anymore.

posted by rubber.soul
2012. 4. 14. 12:41 카테고리 없음


After the year of 2000, Japan has had lots of stunning new bands. Although band music has been popular in Japan for ages, bands coming after 21st century sounds different from seniors. They are exactly playing Japanese-ish music unlike many of their seniors had managed to look like American or British one. This band, ASIAN KUNG-FU GENERATION, could be standing at the front line of Japanese band music at the moment. Sound, lyrics and Voice give me a certain sort of thought that They might be taking part in the New era of band music scene. I'm sure, they must do. 


<踵で愛を打ち鳴らせ(Ring your love by heel kick)> 

by ASIAN KUNG-FU GENERATION

http://www.pideo.net/video/youku/6a8372f007f74751/


posted by rubber.soul